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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재법 모르는 정부
정부가 서울 중구 정동 경기여고 부지(옛 덕수궁 터)에 주한 미국대사관 신축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계는 “28일로 예정된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매장분과)의 심의를 앞두고 정부가 ‘신축 허용’ 운운하는 것은 법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고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 대사관 신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으며, 노 대통령은 “(총리가) 잘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보호구역 등에서는 개발에 앞서 발굴 등 학술조사활동을 해야 하며, 보존 여부는 문화재위 심의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미 대사관 신축 예정지는 사적 124호인 덕수궁 터인 것이 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만큼, 개발(신축)을 하려면 신축 예정부지 지표조사 결과에 대한 매장분과 심의 시굴(試掘·정식 발굴 전에 시험적으로 하는 발굴)이나 발굴 시행 조사 결과에 대한 매장분과 심의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신축 예정지를 지표조사한 연합조사단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신축 예정지는 선원전 등 역대 임금의 어진(御眞·임금의 얼굴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 등을 모셨던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발굴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축 허용 방침은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의 심의 결과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1962년 문화재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40여년간 심의 결과를 뒤집은 적은 없었다.
본지가 20일 매장분과 11명 중 해외체류 중인 2명을 제외한 9명을 취재한 결과 5명은 “덕수궁 터는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고, 3명은 “정부방침과는 상관 없이 심의를 해보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으며, 1명은 “대통령과 총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니 유구무언”이라고 답했다. (신형준·사회부기자 hjshin@chosun.com )
입력 : 2003.11.20 17:17 43'
정부가 서울 중구 정동 경기여고 부지(옛 덕수궁 터)에 주한 미국대사관 신축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계는 “28일로 예정된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매장분과)의 심의를 앞두고 정부가 ‘신축 허용’ 운운하는 것은 법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고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 대사관 신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했으며, 노 대통령은 “(총리가) 잘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보호구역 등에서는 개발에 앞서 발굴 등 학술조사활동을 해야 하며, 보존 여부는 문화재위 심의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미 대사관 신축 예정지는 사적 124호인 덕수궁 터인 것이 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만큼, 개발(신축)을 하려면 신축 예정부지 지표조사 결과에 대한 매장분과 심의 시굴(試掘·정식 발굴 전에 시험적으로 하는 발굴)이나 발굴 시행 조사 결과에 대한 매장분과 심의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신축 예정지를 지표조사한 연합조사단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신축 예정지는 선원전 등 역대 임금의 어진(御眞·임금의 얼굴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 등을 모셨던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발굴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축 허용 방침은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의 심의 결과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1962년 문화재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40여년간 심의 결과를 뒤집은 적은 없었다.
본지가 20일 매장분과 11명 중 해외체류 중인 2명을 제외한 9명을 취재한 결과 5명은 “덕수궁 터는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고, 3명은 “정부방침과는 상관 없이 심의를 해보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으며, 1명은 “대통령과 총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니 유구무언”이라고 답했다. (신형준·사회부기자 hjshin@chosun.com )
입력 : 2003.11.20 17:17 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