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숙소 대체부지 수용시사


[한겨레]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가 다음달 초에 나올 옛 덕수궁 터(옛 경기여고 터)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를 앞두고 다른 곳에 대사관 청사와 직원 숙소를 짓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대체땅 문제가 또다시 한-미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허바드 대사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와 협력하면서 ‘그 땅(옛 경기여고), 혹은 다른 도심 땅’에 신축 건물을 짓게 되길 바란다”고 말해 서울 도심에 적당한 대체땅이 있으면 이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허바드 대사는 이에 앞서 27일 고건 국무총리를 찾아가 “대사관 건물 신축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됨에 따라 청사 및 직원 숙소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일단 다음달 초에 나올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서울시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나, 지표조사 결과가 옛 덕수궁 터 보존으로 나올 경우 마땅한 대체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한때 방산시장터를 대체땅으로 고려했으나 미국이 서울 도심땅을 고집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연계해 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에서도 기지 안에 있는 8만평에 이르는 미대사관 시설 이전 문제가 쟁점이 됐다”며 대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비쳤다.

미대사관은 1986년 한-미 재산교환 양해각서에 따라 미문화원 등을 주고받은 경기여고 터에 청사와 직원 숙소 신축을 추진했으나 옛 덕수궁 터를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계획을 중단한 채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